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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 30대에 80년대 학번에 60년대 생의 세대를 가리켜 386세대라 한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20대가 분노해야 할 세대가 50대가 아니라 386세대라는 말이 들린다. 20대 청년들의 실업률이 높은 이유가 386세대가 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뿐 일까. 386세대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애, 결혼, 출산 3포 세대, 불신 불만 불안의 3불 현상, 이성과 연애에 취미가 없는 초식남을 낳은 것은 모두 386세대였다.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인 선대인은 ‘6무 세대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에 돈이 묶이는 바람에 생산 경제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는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청년 세대의 상황을 가리켜 6무 세대라 한다. 선대인의 말대로 좀 자세하게 풀면 일자리와 소득은 없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서 집을 살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연애나 결혼도 못하고 아이 가질 엄두도 못 내는 세대가 6무 세대다.
 
선대인이 말하는 대로 88만원 세대는 아무런 잘못 없이 기성세대가 만든 부동산 거품의 불똥을 맞았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요즈음 집값 폭락이 현실화되면서 하우스 푸어 가계가 198만 호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4인 가족이면 792만 명이 미래가 불안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인구 5천만 중 대략 10%가 이 지경에 빠져 있다. 주지하는 대로 하우스 푸어는 집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하우스 푸어는 자신들의 욕망이 만든 자승자박의 결과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다지만 노무현 정권 때 불기 시작한 부동산 광풍에 휩쓸려(휩쓸려 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휩쓸어 갔다, 솔직히 말하면, 수동태가 아니라 능동태다) 프리미엄이니 시세 차익이네 하며 부동산 돈벌이 사냥에 나섰던 사람들이 오늘날 하우스 푸어로 전락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전락해야 당연한 것 아닌가. 죗값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탐욕의 죗값 말이다. 다 그렇게 살아 놓고 인제 와서 하우스 푸어라니, 푸어라서 가난해 졌다니?

 

하우스 푸어의 양산이 정책 탓도 있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언론의 책임도 있지만 무리한 탐욕을 부린 개인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10억 아파트가 7억짜리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10억짜리 만들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세 차익을 누렸는가. 따지고 보면 하우스 푸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하우스 푸어 양산을 막고 부동산 거품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구제 금융을 풀어 은행의 부도를 막으려 할지 모른다. 한마디로 악순환이다. 노동자 민중, 서민의 주머니를 세금으로 털어 은행의 부도를 막고 부동산 거품을 연착륙시킨다는 발상의 악순환 말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386세대 중에서 자기를 반성하는 인간들이 없다. 교수든 정치인이든 재벌이든 노동자든 일반인이든 재테크라는 미명 하에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으로 투기를 일삼은 자들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았는가? 이 점에서는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우리 386세대가 집값을 폭등시킨 주범이고 그 바람에 연애와 결혼은 꿈도 못 꾸고, 결혼하지 않았으니 응당 출산은 포기한 3포 세대를 양산한 것이 바로 우리라고, 그래서 우리 386세대는 악귀세대라고, 통렬하게 반성하는 개인이나 집단이나 세대를 보았는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3포 세대를 현상으로는 말하지만 3포 세대에 숨겨진 비밀과 진실은 발설하지 않는다. 그저 하우스 푸어만 이야기하고 집은 있는데 은행 대출 이자로 고생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떠들고 있다.

386세대는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50 - 60대의 부모 세대나 부동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30 - 40대나 다 마찬가지다. 오늘날 등록금에 허덕이며 공부를 포기하고 알바를 하는 이 시대의 모든 20대 앞에 우리는 석고대죄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등록금 반값 공약을 현실화하겠다 해 봐야 모두 다 뒷북치는 꼴이다. 이것은 좌파도 마찬가지고 좌파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는, 특히나 정규직 노동자는 마찬가지 아닌가.

저임금 노동자는 악귀세대를 꿈꿔 봐야 불가능하다. 애초부터 악귀세대가 될 힘조차, 그 돈의 힘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악귀세대들의 탐욕 때문에 3포세대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산을 앞당겨 수탈당한 것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1억이면 살 집을 5억으로 만들어 놨으니 불똥 맞은 청년 세대들이 4억은 미리 당겨 쓴 것이 아닌가? 그것에 대한 미래의 대출 이자는 또 얼마인가? 그 액수가 상상이 가나? 더군다나 설상가상으로 자본의 탐욕으로 시작한 경제의 순환 또한 악순환으로 빠지고 있다.

누구는 0% 성장률이 현실화된다고 말하고 누구는 20대가 폐허세대로 변한다는 전망을 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노동자보다 재벌의 이익을 보전하는 추세는 점점 커지고 있다. 386세대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넘어서서 386세대가 횡령한 시세 차익을 3포 세대에게 돌려줄 방책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20대가 숨 쉴 구멍이, 그나마, 열린다. 산소가 부족해 죽어가는, 입을 벌리고 죽어 가는 물고기를 생각하자. 물고기의 죽음이 적조 현상 때문이든 4대강 사업 때문이든, 지금, 이곳에서, 20대가 적조 현상에 시달리는 물고기 신세로 전락해 있다. 이 마당에 집값 떨어져 고민이라니? 더 떨어져야 한다. 그다음은, 탐욕의 책임, 그대 스스로 져야 한다. 그래야 하늘같은 집값 때문에 고통당하는 20, 그리고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껴안을 수 있다.

하우스 푸어로 전락해 괴로워하는 사람들까지 구제할 돈은 이제 더 이상 노동자 민중에게 없다. 하우스 푸어로 가난해졌다고 머리카락 뜯으며 괴로워할 필요 없다. 그것은 자승자박에 걸린 탐욕의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는, 그 탐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 탐욕의 자유가 3포 세대를 부자유하게 만들어 놓은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러니까, “이렇게 살아 봐야 무슨 희망이 있나라고 다들 탄식하며, 그 탐욕을 저주하며 사는 것 아니겠는가. 묻지마살인, 토막살인, 무서운가? 그 공포는 우리가, 386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불신, 불만, 불안, 그 불안, ‘3‘3와 더불어 너와 나를 엄습하고 있다. 그가 누구든, 네가 개인이든 노동자든 재벌이든 교수든 교사든 일반 회사원이든,

너는 나를 죽였고 나는 너를 죽였다.